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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의 수도에서 30만 명이 학살당하는 동안, 왜 세상은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아내와 함께 영화 을 보고 나서 저도 처음에는 막연히 '난징이 외진 도시라 정보가 차단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역사를 살펴보니 전혀 다른 이유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영화가 훨씬 다르게 읽혔습니다.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 — 역사적 배경과 정보 봉쇄 일반적으로 전쟁 중 정보가 차단되면 '외진 지역이라서', '통신 인프라가 부족해서'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처음에는 난징이 소도시이거나 외곽 지역이라 고립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알고 보니 1937년 당시 난징은 중화민국의 수도(首都)였습니다. 쉽게 말해, 한국으로 치면 서울 한복판에서 이 학살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같이 한국사를 들여다보다 보면, 교과서 속 연표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짧은 문장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짓밟혔는지, 활자만으로는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직접 영화로 찾아봤습니다. 2011년 개봉한 는 그 갈증을 꽤 강렬하게 채워준 작품이었습니다.활이라는 무기, 어떻게 스크린 위의 액션이 됐나 는 총이나 칼이 중심이던 기존 사극 액션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먼저 놀란 건, 활이라는 무기의 물리적 특성을 연출에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이었습니다. 화살이 허공을 가를 때의 그 예리한 파동음, 표적에 박히는 타격감이 스크린 너머로도 생생하게 전달됩니다.영화 전반에 걸쳐 포사(砲射)..
솔직히 저는 역사 영화를 그냥 오락 콘텐츠로만 소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육아휴직 중에 한국사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교재에서 활자로만 보던 명량해전이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간, 이건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61분 전투씬이 증명한 것: 팩트로 보는 명량해전의 재현 일반적으로 역사 영화는 고증보다 드라마에 치우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이 영화만큼은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후반부를 통째로 채우는 61분짜리 전투 시퀀스는 단순한 액션 스펙터클이 아니라, 명량해전의 전술적 핵심을 꽤 충실하게 재현해 냈습니다.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이 핵심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조류역전(潮流逆轉) 전술입니다. 여기서 조류역전이란, 울돌목(명량해협)의 빠른 ..
2002년 6월 29일, 그날 저는 뉴스 속보를 보며 손이 떨렸습니다. 황당하게도 월드컵 4강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던 바로 그 시각, 서해 바다 위에서는 우리 해군이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역사적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가 2015년에 개봉했을 때,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무게를 안고 극장에 들어서야 했습니다.2002년 그날, 가족과 함께 겪은 공포 혹시 가까운 가족이 군에 있던 상태에서 전쟁 같은 뉴스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2002년 연평해전이 터졌을 당시, 저의 친척 한 분이 마침 군에 복무 중이었습니다. 속보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가족 전체가 얼어붙었고, 어떻게든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고 소속 군단과 지휘관에게까지 ..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에서 순직한 소방관 6명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면서 이미 마음이 무거웠던 건, 단순한 영화 기대감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던 소방관들의 뒷모습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실화가 가진 무게 — 홍제동 화재와 소방관의 헌신 저는 과거 국가보안시설에서 방호직으로 근무하던 시절, 시설 인근 비보호 삼거리에서 셔틀버스와 택시가 정면충돌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20여 명의 승객이 탄 버스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저는 즉시 119에 긴급 출동을 요청하며 2차 화재 예방을 위한 초동 조치에 나섰습니다.그때 사이렌 소리와 함께 도착한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트리아지(tria..
기침 소리 하나에 흠칫 몸을 움츠렸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코로나19를 겪고 난 뒤로 저는 지하철 안에서 옆자리 사람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괜히 거리를 벌리게 됩니다. 그 감각이 얼마나 강렬하게 남아 있는지, 2013년 극장에서 가볍게 봤던 영화 한 편을 떠올릴 때마다 새삼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그 영화가 바로 김성수 감독의 재난 영화 입니다.단순한 기침이 도시를 삼키는 과정 — 바이러스 전파의 사실성 2013년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강해도 단순한 호흡기 감염이 저 정도로 번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때는 재난 영화 특유의 과장이려니 하고 넘겼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 안일함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영..
솔직히 저는 2004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습니다. 스크린 속 로봇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그저 할리우드의 과장된 상상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22년이 지난 지금, 육아휴직 중에 우연히 다시 꺼내 본 영화 한 편이 그 비웃음을 완전히 거둬들이게 만들었습니다.로봇 3원칙, 영화의 철학적 뼈대영화 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먼저 '로봇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알아야 합니다. 로봇 3원칙이란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1942년 단편소설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행동 원칙을 세 가지로 정의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로봇은 인간을 해쳐선 안 되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을 보호해야 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난 영화라면 으레 거대한 스케일과 생존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기대하게 마련인데,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이 "이 영화는 도대체 뭘 하려던 걸까?"였으니까요. 김다미 배우를 믿고 선택한 작품이었는데, 관람 전후의 괴리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재난 영화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거는 약속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는 장르 문법이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문법을 그대로 기대하며 앉았습니다. 제목이 대홍수인 데다 초반 세팅부터 물난리와 해일을 예고하고 있으니, 당연히 극한 상황 속 생존 서사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죠.장르 영화에서 말하는 장르 문법(Genre Convention)이란, 관객이 특정 장르를 선택할 때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서사 구조와 감정적..
아무 계획 없이 극장에 들어가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며칠 전 아내와 즉흥 데이트를 하다가 시간이 맞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 보스를 봤습니다. '보스'라는 제목에 무거운 조폭 누아르를 예상했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는 팝콘을 반도 못 먹을 만큼 웃고 나왔습니다. 기대가 없었던 만큼 만족감은 배가 되었던 영화였습니다.클리셰를 뒤집은 설정, 그게 이 영화의 전부다혹시 조폭 영화라면 자동으로 피가 튀기는 장면부터 떠오르시는 분 계신가요?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누아르(noir) 장르 특유의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여기서 누아르란 범죄, 폭력, 배신 등을 어두운 톤으로 그려내는 영화 장르를 뜻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영화 보스의 핵심 설정..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틀면서 한 번도 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재우고 나서 아내와 나란히 앉아, 오랜만에 팝콘이나 먹으며 배 잡고 웃어보자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어느새 꾸벅꾸벅 조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광수 배우의 복귀작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저처럼 엇갈린 감정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이광수라는 배우, 스크린에서도 통할까 — 예능 이미지 소비의 함정 혹시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페르소나란 배우 혹은 공인이 대중 앞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특정 이미지나 성격적 패턴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시청자가 "이 사람은 이런 캐릭터야"라고 굳혀버린 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광수 배우의 경우, 십 년 넘는 런닝맨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