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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SF 오컬트 액션 스릴러 장르가 이토록 완벽한 대중성과 독창적인 플롯의 힘을 증명해 낸 사례는 대단히 드뭅니다. 대개 한국형 액션은 날것 그대로의 조폭 누아르나 군인들의 무력 충돌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인간의 유전자 조작이라는 SF적 상상력을 결합해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초인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명작이 있습니다. 신세계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인 김다미를 비롯해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이 주연을 맡은 영화 마녀(The Witch: Part 1. The Subversion, 2018)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소녀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과거와 비밀 조직의 추격전을 압도적인 서스펜스로 그려낸 수작입니다.이 영화는 거창한 영웅주의 대..
우리가 대중문화 매체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할리우드식 히어로 영화들은 세상을 구하는 거창한 사명감이나 압도적인 규모의 시각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이웃들이 우연한 기회로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생활 밀착형 소동극이 훨씬 더 묵직한 인간미와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 신의 손 등을 통해 탁월한 대중적 감각과 세련된 유머를 입증했던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High Five)는 장기 이식을 통해 우연히 초능력을 나누어 갖게 된 다섯 명의 이웃이 각자의 삶을 지켜내고 또 다른 초능력 탐욕자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한국형 SF 판타지 코미디 무비입니다.이 영화는 범죄 도시를 ..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밀집된 주거 공간인 아파트가 일순간에 거대한 지옥으로 돌변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좀비 열풍 속에서 아주 독창적인 시선과 일상적인 공간감으로 생존의 가치를 증명해 낸 수작이 있습니다. 조일형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유아인과 박신혜가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살아있다(Alive, 2020)는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등 모든 연락 수단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청춘들이 정체불명의 좀비 감염자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하이퍼 리얼리즘 재난 스릴러 영화입니다.이 영화는 거창한 국가적 재난 시스템의 가동이나 영웅적인 소탕 작전 대신, 평범한 한 청년이 집 안에서 겪는 식량 부족, 단수, 고독감과 같..
우리가 대중문화 매체에서 마주하는 SF 스릴러 장르 중 가장 기이하면서도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소재는 바로 하나의 집단이 거대한 단일 의식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하이브 마인드 현상일 것입니다.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감정이 지워진 채 오직 전체의 생존과 목적만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은 그 자체로 섬뜩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미스터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군체(Hive)는 이처럼 낯선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정체불명의 현상에 의해 거대한 유기체처럼 변해가는 집단과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의 처절한 사투를 날카롭고도 밀도 높게 그려낸 웰메이드 SF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이 영화는 거창한 우주 전쟁이나 화려한 CG 스펙터클에 의존하는 대신, 한정된 공간 안에서 피어..
현대 영화계에서 상업 영화의 미덕은 대개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화려한 CG나 압도적인 러닝타임으로 증명되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지극히 한정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카메라의 앵글 연출만으로 관객들에게 그 어떤 대작보다 강렬한 서스펜스와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기적 같은 수작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문병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세 배우 손석구가 주연 및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밤낚시(Night Fishing, 2024)는 약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오직 자동차에 장착된 어라운드 뷰 카메라와 빌트인 캠의 시선으로만 극을 이끌어가는 아주 독창적이고 세련된 스낵무비 형태의 미스터리 SF 스릴러입니다.이 영화는 한밤중 외딴 전기차 충전소에서 미스터리한 무언가를 낚으려는 ..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대중에게 오랫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일 것입니다. 매일 엉뚱한 말썽을 피우며 웃음을 주는 5살 소년 짱구의 일상은 가벼운 오락을 넘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토 케이이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Crayon Shin-chan: Mononoke Ninja Chimpuden, 2022)는 전설적인 시리즈의 극장판 제작 30주년을 기념하여 헌정된 기념비적인 마스터피스입니다. 이번 작품은 닌자라는 세련된 액션 소재의 도입과 더불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짱구의 출생 당일 밤의 비밀을 정면으로 다루며 오랜 팬들의 가슴을 먹먹..
우리가 상업 영화 시장에서 마주하는 대다수의 코미디 영화들은 익숙한 클리셰에 독특한 관계 설정을 변주로 더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곤 합니다. 특히 전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자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위해 강제로 한 팀이 되는 버디 무비 공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매력적인 서사의 뼈대였습니다. 영화 영화 육사오(6/45)의 유쾌한 감각을 선보였던 박규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믿고 보는 배우 진선규와 공명이 주연으로 나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남편들(Husbands in Action)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전남편과 현남편이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다는 파격적이면서도 발칙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소동극 기반의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이 작품은 겉보기에..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에서 배우 마동석이라는 독보적인 아이콘이 가진 파괴력은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매번 신선한 장르적 변주를 이뤄냅니다. 그동안 주먹 하나로 범죄 조직을 소탕하며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영적 존재인 악령을 때려잡는 기상천외한 오컬트 세계관으로 발을 넓혔습니다. 임대희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가 주연을 맡은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Holy Night: Demon Hunters)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묵직한 미스터리와 마동석 특유의 거침없는 맨손 액션을 영리하게 융합해 낸 스타일리시 범죄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이 영화는 거창한 주문이나 십자가, 성수만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서구식 구마 의식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고, 악령을..
우리가 대중문화 매체에서 흔히 마주하는 대다수의 로맨스 영화들은 지나치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랑만을 무대로 삼곤 합니다. 첫눈에 반하는 기적 같은 만남이나 운명적인 재회는 관객들에게 달콤한 대리 만족을 선사하지만, 정작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연애와 이별은 그토록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김한결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래원과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Crazy Romance, 2019)는 바로 이러한 로맨스 장르의 미화와 환상을 걷어내고,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본 성인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날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를 유쾌하고 거침없이 그려낸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명작입니다.이 영화는 전 여친에게 상처받아 매일 밤 술로 슬픔을 달래는 남자와, 전 남친의 바람으..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1997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장 잔인하고도 거대한 변곡점입니다.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순간, 예고도 없이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수많은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경제적 생태계를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그리고 뱅상 카셀이 주연을 맡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Default, 2018)은 이처럼 국가적 재난의 문턱에 섰던 긴박했던 일주일 동안의 기록을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세 부류의 인물들을 통해 날카롭고도 밀도 높게 그려낸 웰메이드 경제 스릴러 영화입니다.이 영화는 주식이나 채권 거래처럼 자칫 복잡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적 역사 소재를 대중적인 고발 영화의 화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