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국영화 (3)
퍼스트 라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난 영화라면 으레 거대한 스케일과 생존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기대하게 마련인데,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이 "이 영화는 도대체 뭘 하려던 걸까?"였으니까요. 김다미 배우를 믿고 선택한 작품이었는데, 관람 전후의 괴리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재난 영화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거는 약속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는 장르 문법이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문법을 그대로 기대하며 앉았습니다. 제목이 대홍수인 데다 초반 세팅부터 물난리와 해일을 예고하고 있으니, 당연히 극한 상황 속 생존 서사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죠.장르 영화에서 말하는 장르 문법(Genre Convention)이란, 관객이 특정 장르를 선택할 때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서사 구조와 감정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틀면서 한 번도 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재우고 나서 아내와 나란히 앉아, 오랜만에 팝콘이나 먹으며 배 잡고 웃어보자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어느새 꾸벅꾸벅 조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광수 배우의 복귀작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저처럼 엇갈린 감정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이광수라는 배우, 스크린에서도 통할까 — 예능 이미지 소비의 함정 혹시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페르소나란 배우 혹은 공인이 대중 앞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특정 이미지나 성격적 패턴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시청자가 "이 사람은 이런 캐릭터야"라고 굳혀버린 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광수 배우의 경우, 십 년 넘는 런닝맨 출연..
첩보 영화를 극장이 아닌 야외 카페 옥상에서 봐도 몰입이 될까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그 낯선 조합이 영화를 더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육아휴직 중 모처럼 아내와 단둘이 떠난 수원 근교 나들이에서, 태블릿으로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휴민트를 봤습니다. 스크린 속 블라디보스토크의 팽팽한 긴장감과 봄바람 부는 카페 옥상의 한적함이 묘하게 겹쳐지던 그 오후를 아직도 잊기 어렵습니다.봄 햇살 아래서 첩보전을 — 야외 관람이라는 특별한 맥락 어두운 극장 안에서 스크린에 압도당하는 것만이 영화 감상의 정답은 아니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탁 트인 야외에서 보는 첩보물은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오히려 평화로운 풍경과의 대비가 스크린 속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
